나를 보장해 주지 않는 국가와 사회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제는 더욱 커질 문제들 뿐이다. 자동화, 기계화, 정보화가 이제 사람의 필요를 채우니 어떻게 사람이 그 역할에 설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국가 복지시스템은 절대로 우리편을 들어주는데는 한계가 있는데 말이다.
아~~~ 내 고향에 내려가 자연과 벗삼아 살고 싶어라! 공부, 성공, 명예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라! 오랜 옛날의 자급자족의 시대여~~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이여~~ 돌아갈 수 없도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밝다. 왜~ 할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했다면 나도 할수 있다는 생각과 이대로 안되면 방법을 바꾸면 되는 전략을 사용해 보기를 바란다.
내가 존재하는 한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홧팅..
퇴직 권하는 사회
1921년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중에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일제의 탄압 하에서 많은 애국적인 지성들이 어쩔 수 없이 절망하고 술을 벗삼게 되어 주정꾼으로 전락하는데, 그 책임은 바로 '술 권하는 사회'에 있다고 한탄한다. 그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새벽 2시에 만취하여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느냐고 안타까워한다. 남편은 조선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남편은 "아아 답답해!" 하며 또다시 밖으로 나간다. 아내는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원망하며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하고 말한다. 이 소설은 물론 일제 강점기의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식인의 불안한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그러나 8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온통 탄식과 한숨 만이 흘러 나오게 만드는 사회가 우리를 술 먹도록 만들고 있다.
눈만 뜨면 TV, 라디오, 신문에서는 온통 우울한 얘기 뿐이다. ‘장기화된 경제 침체로 실업률이 몇 개월째 증가하고 있습니다, 명예퇴직으로 충격을 받은 40대의 어느 직장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아파트 값이 서민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등등.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아 세상 살 맛 안 난다.” 하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요즘 직장인들은 복잡한 정치, 경제 문제에는 관심을 둘 여유도 없다. 오늘은 어떤 회사에서, 어느 부서에서, 어느 친구가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다는 가슴 시린 이야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치인 누가 탈당을 했느니, 누가 대표가 되었으니, 연예인 누가 이혼을 했고, 누가 컴백을 했고 이런 얘기들도 과거처럼 흥이 나질 않는다.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오늘도 끝나면 한잔 해야지. 술 한잔 하면서 이것저것 골치 아픈 거 다 잊어버려야지 하는 생각 뿐이다. 80년도 지난 지금 시대는 완전히 바뀌고 이유야 달라 졌지만 우리는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술만 권하는 걸로는 모자라서 “퇴직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처음 명퇴, 조퇴 얘기 나올 때만 해도 위로금 많이 받고 나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웠다. 그러나 IMF의 칼바람도 잘 버텼는데, 이제는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도 모자라 삼팔선까지 내려왔다. 그나마 삼팔선도 무너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이미 심리적인 퇴직연령은 36.5세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다. “그만하면 이제는 후진들을 위해 그만 두시죠. 이제 다른 일을 알아보시죠.” 언제 이런 소리를 내가 들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모두가 내가 퇴직하기를 바라면서 등을 떠미는 환상이 보일 지경이다. 마음속으로는 “자꾸 퇴직하라고 눈치주지 마라. 준비되면 나는 미련 없이 퇴직한다.”고 큰소리를 쳤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는 지금 눈치 주는 사람 없어도 괜히 눈치가 보이고, 인사, 구조조정 이런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덜컥 무너진다. 정말 누군들 이렇게 살고 싶어 하랴마는 많은 직장인들, 특히 40대 이상의 고연령자(?)들이 이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장래에 대해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렇게 불안한 시대를 살면서도 그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그냥 보내는 사람들과 불안한 마음과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더 불행한 사람인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막상 자신에게 퇴직이나 다른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까지는 편안한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그러나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마음이 불안하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만 하다 말고 잊어 버리고 있다가 또 나중에 고민만 하는 힘든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 그럼, 어떤 부류가 더 불행한 사람인가?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가 훨씬 더 나쁜 경우이다. 사실 회사 일도 그렇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은 가르쳐서 고칠 수 있으므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알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어쨌든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으며, 이런 사람들이 아무 대책 없이 직장에서 내몰렸을 때 비참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퇴직 권하는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려면 퇴직을 권하는 사람(오너)이 되거나, 그런 능력이 없으면 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 되거나, 그도 안되면 다른 일을 할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이 세가지 옵션 중에 하나는 반드시 누구나 선택해야 한다. 이 세가지 옵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그러나 이 마지막 가능성은 세가지 옵션을 선택하는 것 보다 당신을 훨씬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퇴직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키워 경쟁력을 가지거나 직장에 구애 받지 않는 자기 일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직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방법, 다른 직장을 구하는 방법, 자기 일을 하는 방법은 각기 뒤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퇴직자 두 번 죽이는 사회
몇년 전에 민영화된 거대기업에서 실시한 명예퇴직이 커다란 화재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5,500명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원, 일반기업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많은 액수의 퇴직위로금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제대로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떤 50대 명예퇴직자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안정된 직장에서 품위 있는 은퇴를 원했던 직장인으로서 뜻하지 않은 명예퇴직은 커다란 고통과 충격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돈 한푼 못 받고 쫓겨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나가는 것을 은근히 부러워했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또 요즘 명예퇴직 하는 것이 비일비재한데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주관적이고 치우친 생각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그가 혼자서 감내해내야 했을 아픔의 시간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 직장을 잃거나 구직난 등으로 고통을 받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나 기업의 시각은 상당히 편협하다. 명예퇴직 이다 희망퇴직 이다 해서 퇴직금 외에 위로금 조로 얼마간의 돈을 주고 사람을 내보내려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들의 해법이다. 그러나 돈을 조금 받아 나온다 하더라도 퇴직자가 그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낙오자가 된 듯한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고, 가족이나 주위로부터의 곱지 않은 눈길에 마음을 상하고, 마음을 터 놓고 고민을 나누거나 진로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대화 상대나 도움을 요청할 대상이 없는 것이 퇴직자들을 힘들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직장에서 그들을 내 몰고 힘든 시간을 혼자서 해결하도록 내버려둔 사회 전체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퇴직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내 보내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들을 내버려 둠으로써 극단적으로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만든 사회 전체의 책임인 것이다.
국경 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해야만 할 이유가 있고 또한 근로자는 직장생활을 통해서 생계와 삶의 기반을 삼는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생존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업이 경쟁력 강화나 생존차원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고 근로자들이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금액의 과다에 관계없이 퇴직금 이외의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퇴직자의 새로운 출발을 돕는 전직지원서비스(Outplacement)나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취업알선, 직업훈련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이 중 전직지원서비스는 60년대 중 후반에 미국에서 시작된 퇴직자들의 진로개척 및 경력전환 지원 서비스이다. 즉 퇴직자들이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과 감정적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시설과 컨설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도입되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직지원은 단순한 직업 알선이 아니라 퇴직자의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찾아가도록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구조조정과 전직지원의 병행이 당연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퇴직금과 위로금 등 금전 지급만으로는 비자발적인 퇴직자들의 안정적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안전 시스템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에 초점을 맞춰 위로금만 지급하고 퇴직시키는 경우와 위로금과 함께 전직지원 서비스가 병행되는 경우의 효과를 비교해 보면, 전직 효과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만족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직지원 서비스의 여러 가지 효과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직지원을 받은 퇴직자들은 자신을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다는 안정감을 가짐으로써 퇴직과 전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퇴직자 본인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우선 기업 측면에서는 퇴직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 퇴직 대상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고 잔류 종업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켜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계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을 불가피하게 내 보내지만 퇴직이후에도 회사가 직원들의 진로개척을 지원하고 배려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실업으로 인한 퇴직자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것을 기업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직업 알선,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과 더불어 이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의 태풍이 우리 사회를 다시 강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러한 전직지원 컨설팅을 퇴직자에게 제공하기보다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풀기 보다 더 키우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종업원에 대한 책임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기업들이 퇴직자들의 전직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전직지원을 제공하는 전문업체는 퇴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정보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다양한 경험의 축적을 통한 문제 해결능력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전직지원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 수가 적고,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퇴직자 지원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여기는 기업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한번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므로 좋은 제도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008년 어느 블로그에서 올라온글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