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내가 파는 제품이 넘버원’자부심 가져야
오우해피데이
2010. 5. 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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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든 분야의 판매왕들은 자신의 회사와 제품에 대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허 팀장은 기아자동차의 영업력이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럴수록 영업사원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가짐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허 팀장은 기아자동차 내에서는 유명인사다. 일단 판매왕으로 유명세를 탔다. 기아자동차가 매년 10명에게 수여하는 ‘판매왕’을 1996년부터 9년 연속 받은 것을 포함 총 11회를 수상했고, 전국 판매왕을 세 번 수상했다. 하지만 허 팀장이 유명해진 데는 2004년 최다 판매왕 포상으로 받은 카니발 자동차를 재활원에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고객의 아버지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사랑밭 재활원’의 원장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뒤 매달 20만 원씩 후원금을 보내던 것이 인연이 됐다.
판매왕이라고는 하지만 샐러리맨이 선뜻 2000만 원이 넘는 자동차를 기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 번쯤 이런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결심을 가지게 된 일화가 하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찾은 야구장에서 MVP상을 받은 선수가 이를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저런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허 팀장은 ‘내가 베푼 것은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온다’라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다. 외부에 선행을 베푸는 것 외에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매일 10만 원씩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DM(Direct Mail: 광고 우편물) 발송 비용을 포함해 경조사비, 주말 영업비 등을 합하면 하루 평균 10만 원씩 나간다고 한다. 한 달이면 30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지만 허 팀장은 “충분한 대가가 온다”며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혹시 회사에서 나오는 영업비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물어봤지만 ‘회사 영업비는 하루 1만 원’이라는 대답을 들을 뿐이었다. 연봉 1억4700만 원인 허 팀장은 봉급의 절반 가까이를 영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허 팀장이 바꾼 자동차만 10대다. “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말만 듣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차를 구입해 몰고 다니면서 이를 보여주어야 고객의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지요.” 물론 그중에 몇 대는 ‘영업왕’ 부상으로 탄 것도 있으니 약간의 행운도 작용한 셈이다.
허 팀장이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다. 1991년 경희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2년 넘게 노량진의 재수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요즘이야 스타 강사들의 몸값이 하늘을 찌르지만 당시 햇병아리 강사는 늘 배고픈 삶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마침 친형이 ‘영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
허 팀장이 3년 만에 판매왕을 탈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타고난 붙임성과 성실함 때문이다. 신입사원 허영봉은 인사를 매우 잘하는 사원이었다. 같은 건물 세입자들에게도 꼬박꼬박 인사를 시작했는데 “기아차 사무실에서 인사를 하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자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은 인사”라는 것이 허 팀장의 지론이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 지내다 보니 어느 날 같은 건물 입주자가 ‘차를 사겠다’며 찾아왔다. 지금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허 팀장은 “나와 한 달만 같이 다니면서 트레이닝을 받으라”며 무작정 아무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인사하는 훈련을 한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거절을 많이 받을수록 성공도 많이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시도를 했기 때문에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허 팀장은 입사 후 3년 간 2주마다 구두 굽을 갈 정도로 많이 걸어 다녔다고 한다.
지금까지 바꾼 차만 10대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관리는 필수적이다. 차를 팔았다고 소홀히 할 것이 아니라 계속 정성을 쏟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해 주고, 다음번 또다시 자신을 찾아오게 된다. 지금도 고객들의 경조사는 반드시 챙긴다. 전국 어디든 빠지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사실 일일이 실천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결국 이를 다 챙기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칙인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동반돼야 한다.
부지런함에 이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군대에서 자동차 정비를 했던 고객이 전문 분야를 질문했는데 대답을 못하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1999년 허 팀장은 아예 경원대 자동차학과를 입학해 자동차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쌓고 내친김에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까지 땄다. 이때 판매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너무 무리해서인지 오른쪽 안면 근육이 마비되는 ‘와사증’이 올 정도였다. 이 일로 허 팀장은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였던 허 팀장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모든 구기종목을 즐긴다. 신문에서도 스포츠면을 우선 볼 정도로 관심이 많고 스포츠 기자들과 전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영업에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살리고 있다. ‘도전’, ‘승부’라는 면에서 스포츠와 자동차가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성적이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매일 연습하고 스스로와의 싸움을 벌입니다. 이런 ‘프로 정신’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스포츠로 화제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데다 피곤과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금도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 고객들에게 e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유머를 모아 보내기도 하고 음악을 보내기도 한다. 때때로 음악 CD를 구워 고객들에게 보내준다. 음악은 나이별로 3종류를 만들 정도로 꼼꼼하다.
영업왕 타이틀이 오히려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됩니다.” 허 팀장의 지난 2006년 판매 실적은 2005년보다 조금 떨어졌다. 허 팀장은 “나이를 먹다 보니 어쩔 수 없나 보다”며 이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히 판매량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대신 요즘은 예전과 달리 영업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철원의 한 부대에 차를 배달해 주고 부대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마치 인기 스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영업맨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평소에도 “나는 탤런트다, 배우다”라는 심정으로 일에 나선다.
직장에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가정의 행복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하루에 고객 하나라도 더 만나야 하는 데다 출고된 자동차를 인계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허 팀장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간 고생한 아내를 위해 해마다 빠지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고 있다. 그중 몇 번은 회사에서 부상으로 보내준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잊지 않고 이를 챙길 계획이다.
허 팀장의 현재 직급은 차장이지만 과장으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별명도 이름의 끝 글씨를 딴 ‘봉과장’이다. “나이를 먹고 안일해지는 것은 영업의 적”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봉과장’으로 현업에서 승부를 보고 싶은 것이 허 팀장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