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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거창한 꿈보다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제시하자

by 오우해피데이 2009. 5. 27.

중학교 2학년 상훈이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라는 필자의 질문에 “없어요”라고 답을 했다.

“애가 이렇다니까요! 아무런 목표가 없어요.” 상훈이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지난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한 달 앞두고 엄마는 제안을 했다. “상훈아, 이번 기말고사에서 반에서 10등 안에 들면 네가 갖고 싶어 하던 그 휴대전화로 바꿔줄게.” “정말? 진짜지!”

그러곤 상훈이가 열공 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상훈이가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엄마 20등 안에 들면 사주면 안 돼?” “야! 너 중간고사 때 24등이었는데 고작 20등이라고? 안 돼.”

그래도 엄마는 한번 더 협상을 해본다. “좋아. 15등 안에 들면 사주마.” “야호!” 상훈은 신바람이 났다.

기말시험이 하루 앞으로 닥쳤다. 내일 첫 시험은 수학과 기가(기술가정)인데 상훈이는 뒹굴뒹굴하며 판타지 소설만 봤다. 보다 못한 엄마는 한마디 하셨다.

“야! 너 그렇게 해가지고 15등은커녕 20등이나 하겠느냐?”

“걱정 말라니까.” 다음 날 상훈이는 시험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한눈에 봐도 시험을 망친 것 같다. 엄마는 힘을 돋우기 위해 “상훈아! 괜찮아. 아직 3일 남았잖아. 우리 아들 파이팅!” 그런데 상훈이가 내뱉는 말은 “엄마! 나 새 휴대전화 필요 없어”였다. 아들 힘내라고 했던 말이 화살이 되어 엄마에 꽂히면서 힘이 빠졌다.

상훈이같이 장래 희망이 아예 없거나 혹은 “무조건 돈 많이 버는 거요”라는 말을 하는 학생들이 넘쳐난다. 필자는 처음에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면 좋은 점 100가지” “친구를 선의의 경쟁자로 삼아라” 또는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no pain, no gain)”라는 ‘거룩한 말씀’을 목청 높여 외쳐봤다. 하지만 결론은 실패였다. 그래서 필자가 개발한 방법이 있으니 ‘30% 룰(rule)’이다. 가령 30등이라면 다음 시험에는 30% 향상된 21등을 목표로 잡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목표가 너무 소박하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 목표만 제대로 달성해도 세 번째 시험에선 무난히 10등 진입이 가능하다.

목표가 없는 아이에게 “정상이 저기”라고 말하는 것보다 성적과 등수가 오르도록 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존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성적 향상이 이어진다. 동기(목표)가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진리처럼 돼 있다. 그러나 그건 상위권 학생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중하위권 학생에겐 그 반대다. 성적이 올라야 자신감과 동기가 올라간다. ‘무난한 목표→성공→자신감→공부에 대한 열의→성적 향상’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는 것이다. 학습목표는 막연하거나 거창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달성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멀리 보고 쏜 화살이 반드시 멀리 가는 것이 아니며, 무리한 목표는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다. 목표는 이루기 위해 세우는 것이지 기분 내기 위해 세우는 게 아님을 명심해 두자.


정찬호 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마음누리/정찬호 학습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