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직장인 K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껴지면 치밀어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낸다. 또 회식자리 때마다 자주 실랑이를 벌여 동료들이 옆자리에 앉기를 기피한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관계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화 잘내는 성격은 변하지 않아 자신이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지 못할 때도 있다. 특히 요즘 들어 신앙이 계속 침체되는 느낌이다. 원인은 무엇이며 침체된 신앙을 회복할 길은 없는 것일까?
성도들의 신앙 침체 원인을 7단계로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검사지가 개발됐다. 목회자와 사모, 주부 대상으로 우울증을 상담하고 있는 이현길 한국가정교육원장이 최근 총 220개 문항으로 만든 ‘신앙침체 원인진단 검사지’다.
이 원장은 “20여년 동안 상담하면서 마음속에 감춰진 상처와 자존감 상실로 성도들이 갈등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는 예수님을 믿기 전의 성격과 기질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앙의 발달단계를 7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진단과 처방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 미발달 신앙=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단계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실패의 경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이는 어린 시절 교육환경의 영향이 크다. 특히 아버지가 권위적, 어머니가 방임적일 때 자녀는 이같은 강박적인 성격을 갖기 쉽다.
◇2단계 투사적 신앙=인간관계에서 융통성이 없는 단계다. 아동기의 신앙과정을 관찰해서 직관력이 원만한 상태인지 진단한다. 공동체 훈련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 신앙이 깊은 친구와 사귀면 신앙이 더 발전할 수 있다.
◇3단계 문자적 신앙=내면과 외면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단계다. 교회에서 여러 부서를 맡아 열심히 봉사하지만 가끔 정신이 없어 실수할 때가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이해하는 정도를 진단하고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해줘야 한다.
◇4단계 인습적 신앙=몸은 어른이지만 유아적 행동이나 사고를 하는 단계다. 교회에서 상황에 따라 처신을 잘하는 편이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신앙의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진단한다. 필요하면 가족의 협력을 이끌어내 결단력을 키워준다.
◇5단계 반성기 신앙=회개할 수 있는 감정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집을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성격과 감정이 상호 영향을 준다. 반성적 신앙인지 상태를 진단하고, 부족할 경우 신앙교육도 실시한다.
◇6단계 결합기 신앙=성숙한 신앙을 소유하고 있다. 일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낀다. 만일 이 단계에서 우울증으로 신앙생활의 어려움이 있다면 운동요법과 일을 통한 치료를 권한다. 교회에서 맡은 부서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또 전도활동으로 신앙의 깊은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7단계 성숙기 신앙=거듭남의 증거가 행동에 나타난다. 이 단계에 신앙 침체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병들므로 신앙이 병든다’는 말처럼 우울증 단계일 경우가 많다. 이유없이 고독을 느낄 때도 있다. 이 단계의 피검자는 자주 심방을 해서 들여다보고 식사 초대도 한다. 신앙회복 훈련도 함께 실시한다. 또 가족이나 친지들과 여행을 떠나도록 권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원장은 천안대학원과 캐나다크리스천대학교에서 가정상담을 전공한 후 우울증검사(1988), 미술검사(1991), 에고그램 검사(1995)를 개발한 바 있다. 한국가정교육원은 최근 신앙침체 원인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9월 3일 2학기 상담학교를 개강한다. 이곳은 캐나다크리스천대학교 한국사무소의 자격도 갖추고 있어 온라인(원격)으로 상담학 정규수업도 받을 수 있다. 졸업 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에서 발급하는 카운슬링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02-523-1365).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