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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취업

일자리 '반토막'..말로만 고용 창출?

by 오우해피데이 2008. 8. 13.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박대한 박용주 기자 = 7월 신규 취업자 수가 15만명대에 머물면서 고용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과 건설.서비스업의 침체, 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투자와 소비 부진 등이 겹친데 따른 것으로, 고용 부진과 내수 침체의 악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시장이 좁아지자 구직을 포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계가 8.15 특별사면에 화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부가 이미 한 차례 내려 잡은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인 20만명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취업자 증가폭 1년새 절반 '뚝'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3천명으로 5개월째 20만명을 밑돌고 있다.

통상 여름 휴가철에는 취업자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하지만 지난해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3천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준 셈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이미 한 차례 하향 조정한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치인 20만 명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7월 현재 15세 이상 인구는 3천962만2천명으로 작년 동월에 비해 41만7천명(1.1%) 증가했는데 이중 30% 가량인 12만8천명만이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로 편입됐을 뿐 나머지 28만9천명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

1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났지만 일자리를 가지거나(취업자), 일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실업자) 보다는 고용사정이 어렵자 구직 자체를 포기하거나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 취업자 증가 폭은 20만명에도 못 미쳤지만 7월 실업률은 오히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3.1%였고, 실업자 역시 같은 기간 2만5천명 준 76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 경기.비정규직보호법이 악재

이처럼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내수 둔화에 따른 경기 하강이 꼽힌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제조업에서는 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진데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고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일자리 창출을 이끌었던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 6월 소비재 판매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 줄면서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하면서 주택경기 침체와 건설부문의 투자심리 악화를 보여줬다. 6월 서비스업 생산도 2.8% 증가에 그쳤다.

이런 상황은 고용에 그대로 투영됐다.

7월 일자리 증가 폭을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이 24만4천명으로 취업자 증가규모가 크게 줄었다. 서비스업 증가규모는 지난해에 월평균 37만3천명이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임금근로자 증가세가 둔화됐다. 특히 임금근로자 중 임시.일용직은 14만3천명이나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경기요인과 노동시장 제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7월부터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100~299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경기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베이징올림픽 이후 불안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받으면서 기업의 신규 채용에 악재가 되고 있다.

◇ 전문가 "당분간 개선 기미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등으로 미뤄볼 때 당분간 고용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고용 부진이 내수 침체를 부르고 내수 침체가 다시 고용 부진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15만명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내수 침체라는 경기 요인까지 겹쳐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고용이 점차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권 실장은 "최근 고용 상황 악화의 이면에는 비정규직보호법이나 특례고용허가제 등 제도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DI 김용성 연구위원은 "고용은 국민경제의 지갑이라고 보면 된다"며 "고용 부진이 이처럼 오랜 기간 지속되면 자영업,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고용 상황이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구조적인 대책을 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