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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지금

한·EU FTA는 이들의 새로운 날개를 달다

by 오우해피데이 2011. 4. 21.

유럽을 누비는 중소기업  ‘아줌마 선캡’ 독일을 사로잡다. 독특한 아이템으로 유럽 시장을 누비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 꽤 많다. 한·EU FTA는 이들의 새로운 날개가 될 전망이다.  글  신버들  포브스 코리아 기자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패션쇼에 ‘선캡’이 등장했다. 모델들이 패션 브랜드 스타스타일링의 세련된 옷을 입고 선캡을 쓰고 나왔다. 한국에서는 40~50대 여성이 많이 쓴다고 해서 ‘아줌마 선캡’이라고 불리는 모자였다. 이 선캡을 만든 업체는 M&S 코리아다. 2006년 출범한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고작 10명에 불과하지만 수출에서 활로를 찾았다.

 

 

스타스타일링의 한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이 모자를 보고 2008년 M&S 코리아에 수출 제안을 했다. M&S 코리아 변형자 대표는 스타스타일링과 계약하고 지난해 독일에서 모자를 팔기 시작했다. 한 개에 30유로, 우리 돈으로 7만원이 넘는데도 스타스타일링 매장 한 곳에서만 첫 주문량 500개가 금세 다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개성에 따라 편하게 입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선캡이 패션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M&S 코리아의 선캡은 색상이 다양하고, 자외선 차단 효과를 한층 높이는 옆 챙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독일 베를린 스타스타일링의 오프라인·온라인 매장에서 선캡을 판매한다. M&S 코리아가 유럽에서 세운 새 목표는 백화점 입점이다. 한·EU FTA 발효로 관세가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안상필 M&S 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M&S 코리아를 비롯한 한국 업체가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EU FTA가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 부화기 영국서 선풍적 인기
경남 김해의 중소기업 오토일렉스는 알 부화기를 영국에 수출한다. 유정란을 넣어 두면 알이 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계다. 기존 제품과 달리 전자동 환경 조절 기능이 있어 해외 업체의 관심을 끌었다. 2005년 영국의 유명 부화기 제조사 브린시에서 업무 제휴 요청을 받고 수출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미국의 부화기 업체 P&T 폴트리와 2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했다.


오토일렉스의 부화기에는 ‘마이컴 칩’이 장착돼 있다. 이 칩이 섭씨 37.5도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공기를 적절하게 순환시키고, 수분을 보충해 암탉 품과 같은 환경을 만든다. 21일 만에 병아리가 태어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암탉 품처럼 자동으로 알을 운동시킨다. 여러 기능을 버튼 3개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LCD 창이 알 부화기 내부 상태를 보여주고, 부화일까지 남은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한다. 전면을 투명한 창으로 만들어 안을 쉽게 볼 수 있다. 닭뿐 아니라 메추리 알부터 오리 알까지 알 크기에 관계없이 이 제품을 써서 부화시킬 수 있다. 2008년 유럽에서 오토일렉스 알 부화기 판매가 크게 늘었다. 당시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닭이나 새 키우기 붐이 일어 알 부화기 시장이 커졌다. 유럽의 기존 제품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이 유럽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다.

 

오토일렉스는 알 부화기 매출의 90%를 수출로 올린다. 현재 영국, 독일, 벨기에, 미국 등을 비롯한 20여 국가에 수출한다. 2009년에는 오토일렉스의 임직원 20명이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유럽 시장 매출이 18억원이다. 오토일렉스 김호주 대리는 “유럽의 모든 국가에 제품을 수출해 오토일렉스의 유럽 소형 부화기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20%에서 40%까지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초콜릿 본고장 벨기에 진출
명품 초콜릿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업체도 등장했다. 초콜릿 제조 업체 JF&B가 벨기에에 짓는 공장에서 5월부터 초콜릿을 만든다. 초콜릿 생산지는 ‘Made in Belgium’으로 표시된다.


JF&B 김영환 대표는 수년 전 일본 백화점 유통 바이어를 만난 후 벨기에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당시 그 바이어는 JF&B 초콜릿이 맛있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로는 높은 가격에 팔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약점을 극복할 방법을 유럽 현지 초콜릿 생산에서 찾았다. 생산지를 코리아가 아닌 초콜릿 종주국인 벨기에로 표시하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가 수월하리라 봤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고디바, 노이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벨기에 진출을 준비했다.


이 회사의 초콜릿 공장은 벨기에 브뤼셀 남쪽 브라방 왈롱주 주도인 리벨에 들어선다. 현지 일자리 창출을 도울 JF&B에 현지 정부와 투자청에서 3년 동안 약 50억원을 지원한다. 벨기에 공장에서는 정통 수제 초콜릿과 초콜릿 데커레이션 제품을 먼저 만든다. 대부분 유럽의 베이커리나 카페, 호텔에 B2B 형태로 판매될 예정이다. JF&B는 기술력과 브랜드를 인정 받은 후 자체 브랜드로 벨기에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JF&B가 유럽 진출에 거는 기대는 크다.

 

무엇보다 유럽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벨기에의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은 12㎏이나 된다. 초콜릿 취향은 나라별로 다르다. 낙농국인 스위스인은 밀크 초콜릿을 좋아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독일인은 다크 초콜릿을 선호한다. 초콜릿에 관심이 많다 보니 고급 초콜릿 데커레이션 시장도 발달했다. JF&B는 축구공 같은 모양을 새긴 초콜릿으로 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2011년에는 초콜릿 카페 ‘쥬빌리 쇼콜라띠에’ 유럽 매장 오픈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약 5%인 초콜릿 수입 관세가 사라지면 유럽에서 원료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초콜릿의 가격이 떨어진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또 한국 소비자가 더욱 다양한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1996년 설립된 JF&B는 호텔이나 유명 제과점, 커피 체인점에서 파는 케이크에 들어가는 초콜릿이나 수제 초콜릿을 만든다.

 

이 회사의 이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1997년부터는 서울 여의도와 대학로 등에 초콜릿 카페 ‘쥬빌리 쇼콜라띠에’도 열었다. 2009년 약 150명의 임직원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