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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지금

망한 기업들에서 배우는 것들

by 오우해피데이 2011. 10. 7.

오늘도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다. 사라진 기업들의 이름은 쉽게 잊혀졌지만 한 때 우리나라 경제 활동의 주축을 이루었던 기업들 중 몇몇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런데 잘 나가던 기업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이유로 사라졌을까? 이제 와서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전에 우리나라 기업 흥망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해본 일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단편적으로 살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한 곳에 모아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해당 기업과 관련된 이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흥망을 살펴보는 이유는 말하기 나름이다. 기업의 흥망에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며 단순히 흥미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 책임 의식이 없이 제3자의 위치에서만 바라본다면 말이다. 그러나, 병호 박사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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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라진 기업들을 다시 새롭게 펼쳐 놓는다. 망함과 흥함의 이면에 있던 중요한 점을 밝혀내고 우리의 삶과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의 글을 쓰기 위해서다.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함께 한다. 저자가 여러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이야 기존에 썼던 다른 여러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신문 기사, 인터뷰 기사, 해당 기업에 관한 도서 등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활용하며 스러져간 기업들의 모습을 되짚는다. 누구는 아픔으로 담고 있을 것이고, 누구는 당연한 일로 생각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몰락 뒤에는 지금에도 반드시 되새겨야 할 이유가 있었으며 그것은 오늘도 기업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망한 기업들의 최후의 순간을 하나씩 살펴 본다. 그룹 총수의 판단이 잘못되었건, 주위의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건 간에 기업의 몰락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한 기업의 몰락이 가져온 후유증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원인의 분석을 주로 하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한창 성장하는 속에서 조금씩 자라난 실패의 싹과 그 싹이 어느 한 순간에 기업의 문을 닫게 만드는 모습들을 본다. 그 싹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싹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큰 장애물로 나타나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저자는 7개의 이유 - 조직관리의 패착, 사업구조 쇄신의 실패,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 부재, 오너의 자질과 경영능력 부족, 급격한 환경 변화 속 준비되지 않은 불운, 정치권력과의 불협화음 - 로 나누어 이러한 싹들을 정리한다.

나뉜 분류의 내용들은 기업을 망하는 길로 이끄는 치명적인 요인들이었다. 이런 요인들을 가진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과장하자면 아마 위에서 언급한 분류의 반대로만 하면 기업의 성공은 보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의 원인에 의해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되어 내부에서 곪다가 어느 순간에 몰락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다각화를 실행하다 덫에 걸린 기업들, 오너가 모든 것을 실행하는 오너 경영의 한계, 사업 구조를 쇄신하려고 노력했으나 시대의 변화나 의욕만 앞세우다가 몰락을 맞은 기업들, 자신의 욕심에 의해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갖지 못했던 기업들, 오너의 자질과 경영능력 부족으로 인해 무너진 기업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미처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맞은 불운, 그리고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정치 권력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몰락 등 다양한 원인과 유형을 만나볼 수 있다.

무서운 파도에 순식간에 휩쓸리듯 급격한 몰락한 기업들의 잔해를 살펴본 후에 저자는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마무리를 한다. 100년 기업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제언을 내놓는다. 기본과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맺는다. 하여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다. 그것들은 - 생존과 성장의 두 바퀴를 굴릴 것,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 핵심 사업을 확실히 구축할 것, ()의 방향을 분명하게 결정할 것, 인재의 두뇌력을 충분히 활용할 것,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을 가질 것, 더욱더 윤리적일 것, 기업 승계과정을 확실히 할 것 등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기업의 몰락 원인들에 대응한다. 이러한 제안을 실천할 때 아무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는 없다. 끝없이, 순간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내부로는 지속적으로 힘을 길러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된다.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말로 맺는다. 과욕, 과신, 과속. 지나침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나침은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너무 자신이 있었건, 너무 앞서 나갔건, 너무 욕심이 많았건 간에 이 책에서 살펴본 기업들은 이미 실패한 기업들이다. 세세한 이유까지 따지면서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겠지만 사라진 후에 무슨 변명이 필요할 것인가? 이런 면에서 사라진 기업들의 사례는 귀한 교훈을 준다. 항상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긴장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도록 조직을 관리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후 하나씩 쌓아 올려가는 것 만이 성공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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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흥망사를 보았다. 몰락한 기업의 실패 원인들을 보았다. 어느 한 가지 원인만으로 몰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원인 때문이건 여러 원인 때문이건 실패라는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남의 이야기를 하기는 쉬운 것을 알기에 기업의 몰락의 역사를 단순히 흥미거리로만 보지 않고자 했다. 기업 활동에서 일어난 일들이 쉽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의 능력은 언제나 현장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이미 실패한 기업의 회상에 발이 묶여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만 기업 경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이를 간과할 경우 실패의 길로 들어서기는 매우 쉽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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