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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삼국지에서 배우는 리더십

by 오우해피데이 2011. 10. 12.
조조처럼 결단하고, 유비처럼 포용하며, 손권처럼 배치하라

서울과기대신문: 2011년 09월 19일 이상윤 기자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삼국지에는 희로애락의 인간의 모든 감정이 있고, 제국의 흥망성쇠가 있고, 모든 인간군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지에는 조조, 유비, 손권, 제갈공명 등 전혀 다른 유형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무엇이 그들을 삼국의 영웅으로 만들었던 걸까

조조 ‘카리스마형 리더’
능력주의 인사경영,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

사람들에게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재능이 큰 리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조조는 그 동안 ‘난세의 간웅’이라 하여 간신의 전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조조는 뛰어난 통솔력과 결단력으로 조직을 이끈 카리스마형 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부하들의 주장까지 심사숙고하고, 결론이 나면 신속하게 실행으로 옮기는 점 또한 조조가 리더로서 뛰어난 점 중 하나였다.
조조는 인격보다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재능 중심의 인재채용을 장려하였다. 조조는 “비록 형수와 간통한 인간이라도 재능만 있으면 쓴다”며 덕을 두 번째로 삼은 점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조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재능중심주의는 조조를 최고 관직인 승상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현대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이 시대의 조조라 할 수 있는 인물로 현대 정주영 전 회장이 있다. “하면 된다”는 짧고 굵은 표현으로 도전정신을 표출했던 정 회장은 저돌적인 추진력, 통솔력 등 리더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카리스마형 리더였다. 젊은 시절 현장에서 ‘호랑이’, ‘저승사자’ 등의 별명을 얻어가며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애쓴 그의 모습 역시 조조와 닮았다.

유비 ‘서번트형 리더’
정치감각 부족하나
후덕한 인품과 포용력

먼저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리더. 다른 사람들의 요구가 충족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유비는 부하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서번트(Servant)형 리더였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부하들이 능력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를 주고, 그들의 능력을 최고로 이끌어냈다. 지략이든 무용이든 유비에겐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그에게는 총명함도, 행동의 추진력도 결여돼 있었다. 그러나 이 ‘둔한’ 면은 그를 큰 그릇처럼 여겨지게 했고,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유비는 사사로운 신분, 나이 따위에 연연치 않고 자신의 몸을 낮춰 인재를 얻고자 했다. ‘삼고초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굳이 이쪽에서 그를 만나러 갈 필요 없이 그를 부르자’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그는 세 번씩이나 제갈공명의 초가집을 방문하였다. 결국 그는 ‘잠자는 용’ 공명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시대의 서번트형 리더로는 안철수 교수가 있다. 그는 안철수 연구소의 CEO로서 수평적 인간관계를 중시하였다. 그의 꿈은 자신이 아닌 사원 모두가 경영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흑자가 나자 회사를 함께 키운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분배한 뒤 CEO직을 그만두고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났다.

손권 ‘인간주의형 리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참모능력 최대활용

부하와 인간적으로 사귀어 협조하게 하는 리더. 적절한 격려와 포상을 통해 보상한다.



손권에게는 리더가 갖추어야할 덕목들이 없었다. 조조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유비처럼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큰 그릇도 못됐다. 하지만 그는 부하와 인간적으로 사귀는 인간주의형 리더였다. 그는 믿음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서처리는 차관급에게 맡기고, 측근 부하들에게 군사를 맡겼다. 그가 오나라를 세워 삼국정립의 대업을 이룬 것도, 그 본인의 탁월한 리더십 보다도 주유, 노숙 등의 참모들의 뛰어난 팀워크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손권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그래서 손권의 부하들은 거리낌 없이 토론에 참여했다. 한편 위나라의 조조는 강력한 카리스마 아래 위에서 회의를 끌고가는 방식이었고 촉나라는 근엄한 성격의 제갈공명 때문에 회의가 다소 딱딱했다고 한다.
손권의 이러한 리더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참모의 장점을 파악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참모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문화정책의 모토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였을 정도였다.

제갈공명 ‘비전형 리더’
심사숙고의 지략, 인간미와 청빈

큰 목표를 인식하고 바로 눈 앞의 필요 너머를 본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한다.




제갈공명은 뛰어난 지적 능력과 통찰력으로 미래를 읽어내고 개혁을 주도했다. 그는 천재적인 지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천재적이라고 하는 형용사는 제갈공명의 직감, 번개처럼 떠오르는 지혜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중시했던 것은 직감이 아니라 심사숙고였다. 가능한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게다가 그는 성실함을 가졌고, 사심이 없었다. 교활한 속임수가 많았던 난세에 성실했던 공명의 언행은 커다란 설득력을 가졌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외교관으로서 적에게조차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지금으로 봤을 때, 손석희 교수의 리더십에서 공명을 찾아볼 수 있다. 손석희 교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어떤 유혹과도 타협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킨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철저한 전략을 세우는 모습까지도 공명과 닮았다.

조조, 유비, 손권, 제갈량은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경영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따르는 사람이 많았고 인재를 잘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능한 부하들과 일한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리더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1800여 년 전 삼국지의 전쟁터나 오늘날의 사회에서나 사람을 다루는 어려움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을 잘 다루는 자만이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다.
※출처 : 『 리더십, 삼국지에 길을 묻다』 (박광희 저, 천케이,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