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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다시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

by 오우해피데이 2011. 10. 14.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량이 늘어서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 된다. 미디어에서 하도 강조해서 이젠 누구나 알게 됐다. 그렇다면 마음에도 근육이 있을까?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그렇다고 답한다.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마음의 근육이 존재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단단해 진다는 것. 마음의 근육량이 많으면 시련을 겪어도 쉬이 좌절하지 않고, 고통스런 순간에도 금새 튀어올라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
그런 힘이 바로회복탄력성이다. 2009 2, 김주환 교수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해 꽤 알려진 개념이다. 김주환 교수가 후에 보다 정확하고 근거 있는 조사와 실험을 거듭해 그 결과물을 신간 『회복탄력성』으로 엮었다. 사소한 좌절을 밥 먹듯 겪는 당신이라면 기꺼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명쾌하게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주니 설득력이 굉장하다.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인데 심리학적인 주제인회복탄력성에 대한 책을 냈다. 기존에 학술저서를 썼던 데 반해서 대중을 상대로 쓴 첫 책이기도 하고.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일종의 우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여 년 전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두 해 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에게 아주 힘든 시기였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7, 8년 전에도 굉장히 힘든 일들을 겪었다. 정말 논문이나 연구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다 우연히긍정심리학이란 개념을 발견하고 빠져들게 됐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내가 재직 중인 연세대에 와서 강의를 했고, 나랑도 가깝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이메일도 주고 받는 등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나서 2008년도에 일 때문에 미국 MIT에 갔을 때, 근처 하버드 대학 캠퍼스를 걷다가 구내서점에서 레이비치와 샤테가 쓴 『회복탄력성의 요인 The Resilience Factor』을 발견했다. 유명한 학자들도 아니고, 알려진 책도 아닌데 내 눈에 띈 거다. 그 책을 읽어보니까 예전에 셀리그만 교수가 많이 얘기했던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 그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회복탄력성의 요인이 소통능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과도 많이 겹쳐서 더욱 그랬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찾아온 것도 그 때쯤이지?
같은 해 연말이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닥친 시점이었다. 내가긍정심리학에 대해 글도 쓰고 관심이 있으니까 조언을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회복탄력성을 소개했고, 그 프로그램의 주제가 회복탄력성으로 확 바뀌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뇌파 실험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회복탄력성 조사도 지휘했다. 그 당시에 청소년학에선 좀 있었지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회복탄력성 조사는 없더라. 그래서 내가『회복탄력성의 요인』에 있는회복탄력성 지수 테스트문항들을 얼른 번역해서 여론조사 기관에 맡겼다. 방송 나가고 반응이 꽤 좋아서 책도 쓰게 됐지.

방송 나간 건 2009년 초인데 책은 이제야 나왔네.(웃음)
나도 금방 쓸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황에 맞는 한국형회복탄력성 지수를 개발해야 되겠더라.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았다. 가설과 이론을 만들어서 검사 문항을 개발하고, 검사 집단을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이렇게 여럿 정해서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갖가지 문제가 생긴다. A집단에는 맞는데 B집단에서는 검사가 잘 안 되는 문항을 찾아서 넣다 뺐다를 한다 던지. 또 회복탄력성이나 소통 지능 지수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이 나오면 뇌파 실험이나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등 뇌 영상 연구를 통해서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나를 보고 입증하는 식이다.
또 내게 처음 영향을 줬던 『회복탄력성의 요인』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회복탄력성에 대해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더라. 너무 복잡하니 다 소개할 순 없겠다 싶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여러 학자들이 얘기하는 공통된 요인을 뽑아서 이 책에 소개했다. 회복탄력성의 주된 요소인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그거다. 그러다 보니 책 쓰는 시간이 자꾸 불어나더라고.(웃음)
감사하고 운동해야 돼
회복탄력성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며?
맞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내가 만들어낸 용어다. 번역어로. 예전에는 학자들이 회복력, 극복력, 탄력성, 자아 탄력성 정도로 표현했던 개념이다. 예컨대 간호학에서는 수술환자가 어떻게 하면 회복이 빨리 되나, 청소년학에서는 문제아들이 어떻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학교 그만두지 않고 다니게 하나와 같은 분야에서 연구가 됐다. 지금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이 연구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걸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2009년 초에 한국일보에행복하게 사는 법을 연재하면서 공식적으로 회복탄력성이란 용어를 처음 썼다. 그 후에 번역서, 뉴스 등에서 이 용어를 쓰더라. 학자로서는 큰 기쁨이다. 내가 만들어낸 번역어가 마치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됐으니까. 이 책은 내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고.
회복탄력성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역경이나 고난 때문에 주저앉고 무너지는 사람과 오히려 그걸 디딤돌로 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사람이. 그 두 종류의 사람들이 아무런 교육이나 개입을 안 했을 때는 2: 1의 비율, 다시 말해 2/3는 고통이나 역경에 굴복하고, 1/3은 고난을 딛고 일어선다. 1/3의 사람들은 2/3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어떤 힘을 지녔는지를 연구해서 2/3의 사람들도 그 힘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련, 역경은 아주 자잘한 것부터 이야기하는 거다. 매일 겪는 사소한 갈등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냥 훅 지나가면 짜증나고 열 받는 다던지. 그럴 때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면, 의식적으로가 아니라 마음의 습관이 돼 있어서내가 좀 일찍 나왔네. 곧 또 버스가 오겠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의 근육처럼 훈련하면 늘어난다. 마음의 근육을 많이 지닌 사람은 이런 자잘한 역경을 쉽게 극복하고, 큰 역경이 왔을 때에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큰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면역력,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고 했다. 두 능력은 어떻게 연결되나?
동전의 양면 같은 거다. 인간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자기조절능력도 있다. 자기조절능력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잘 못 맺거든. 대인관계능력이라는 게 남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공감을 잘 하는 것이고 그게 인관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걸로 드러나거든. 그럼 어떻게 두 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냐면 긍정성 강화를 해야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뇌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습관, 자동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뇌를 길러야 한다.
책에 회복탄력성 지수 테스트가 수록돼 있다. 한국인의 평균 지수보다 낮거나, 더 높더라도 더욱 높게 하려면 어떤 훈련을 하는 게 좋을까?
3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걸 일상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훈련을 해라. 강점을 발견하는 법은 책 뒤편에 길게 부록으로 넣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평균적인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는 이념을 주입 받는다. 그게 현대사회 교육의 이념이다. 평균적인 민주시민이란 어디 특별하게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 어떤 분야도 부족함 없이 평균 정도를 해야 한다. 그러니 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된다. 그러면 기껏해야 평균적인 인간밖에 못 된다. 발전이 없는 거다. 사람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서 대표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근원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뇌가 긍정적으로 발휘된다. 그게 가장 핵심이다.
둘째는 감사하기 훈련, 감사일기를 쓰는 거다. 감사하기 훈련은 긍정성 향상에 있어 가장 효과가 큰 놀라운 힘이다. 특히 매일 밤 자기 전에 그날 겪은 감사할 일들을 다섯 가지 이상 수첩에 구체적으로 적으면 효과적이다. 감사하기 훈련이 뇌나 신체 활동을 완벽하게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게 밝혀져서 몇 년 전부터 감사의 힘, 감사의 심리학 같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감사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시작된 건 10년이 채 안 된다. 감사의 힘을 사람들이 알 게 된 것이.
그리고 셋째는 규칙적인 운동이다. 생뚱 맞게 들리지? 운동의 중요성을 다들 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건데 사람들이 운동 좋은 거 잘 모른다. 내가 말하는 운동의 효과란 뱃살을 빼준다, 몸이 튼튼해 진다는 것뿐 아니라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이 역시 2000년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연구된 분야다. 실제로 운동이 기억력, 학습력, 인지능력을 강화시키고 뇌에 긍정성을 새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래서 운동은 꼭 해야 하는 거다. 최근에 치매나 우울증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항우울제 이상으로 규칙적인 운동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렇게 3가지를 꾸준히 하면 몇 주 내에 , 내가 달라지는구나하고 느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분명히 효과가 있다.
본인도 회복탄력성 테스트 해 봤나?
해봤지. 한국사람들의 평균 지수보다는 좀 높다.(웃음)
스스로 노력을 해서 회복탄력성을 높였거나, 변한 부분이 있나?
그럼. 나도 굉장히 힘들 때 긍정심리학을 만나서 밝아지고 덕을 많이 봤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도 그다지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짜증도 많고, 부정적 감정이 많다는 걸 본인도 안다. 그런 사람들이 긍정심리학에 관심이 많거든.(웃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말하기를, 예전에는 무섭고 깐깐하고 맨날 야단치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요즘엔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스스로도 느낀다. 애들한테도 더 잘해주고, 표정도 나아지고. 교수라는 직업이 사실 맨날 대학원에서 논문 지도하다 보니까 좀 부정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회복탄력성 테스트를 6개월이나 1년 뒤에 하면 점수가 또 달라진다. 어떤 요소가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거다.
행복하려면 미래를 과대평가하지 말 것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가 추천사에 ‘무수한 사례들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자기조절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왜 중요한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책이 저자와 꼭 닮았다고 썼더라. 참 세련된 칭찬같다.
손석희 선생님이 재미있는 분이신 게, 이메일로 추천사를 보내주시면서 이 추천사가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치지 말고 이대로 사용해 주세요라고 덧붙이셨다. 그래서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웃음) 이 추천사는 책에 대한 칭찬 더하기 나에 대한 칭찬이지 않나. 굉장히 고마웠다. 손석희 선생님은 성신여대에 교수로 가시기 전에 연세대에서 몇 학기 동안 겸임교수를 하셨을 때 알게 됐다. 그 당시에말하기와 토론과목을 둘이서 같이 팀 티칭을 했거든. 내가 말하기 이론을 가르치고, 손석희 선생님은 토론을 가르치시고.
미술평론가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돼 시작했다면서. 전문 분야의 스펙트럼이 넓다.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계기가 됐던 건 기호학 공부다. 예전에 운이 좋아서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볼로냐 대학에서 움베르토 에코 교수에게 기호학을 사사했다. 내가 서울대에서 석사 논문 썼던 것의 일부를 발전시켜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웃음) 정치철학적인 내용을 완전히 기호학적으로 발전시켰거든. 계속 그 공부를 해서 내가 기호학에 관련한 이론 모델을 만들었는데 미술평에 그 기호학 이론을 적용했다. 그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10년 정도 전에는 굉장히 미술 평론을 많이 했다. 요즘도 간간히 하고 있고. 미술 평론이지만 회화, 동양화 쪽의 작품평은 써본 적이 없고 거의 현대미술 분야다. 설치미술, 인터랙티브 아트, 미디어 아트 같은.
현대인들이 행복강박증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이 책 읽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진정 행복해 질까?
사람들이 왜 행복강박증에 걸리는 줄 아나? 외부적 사건들에 의해서 행복해지리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어느 학교에 입학만 하면, 어느 회사에 취직만 하면, 승진만 한다면, 저 사람과 결혼만 한다면, 로또에 당첨만 된다면 등등. 그런데 이미 다 연구돼 있다. 그런 사건들이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준다. 결론은 외부적 사건, 성공이나 돈벌이로 행복해 지는 건 일시적인 변화일 뿐 행복이 아니라는 거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대니엘 길버트가 쓴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 나오는 말인데, ‘우리는 미래 사건이 우리의 감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습관이 있다’는 거다. 미래 사건이 긍정적인 거면 그걸 과대평가해서 굉장히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닥치면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 미래에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굉장히 불행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닥치면 별거 아니고, 지나가고. 외부적 사건은 우리의 행복감에 임팩트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좋은 일이 생기면 올라갔다, 나쁜 일이 생기면 내려가는 정도의. 중요한 건 사람마다 행복의 베이스라인이 다르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행복한 상태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어떤 사람은 낮은 상태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행복해 진다는 건 행복의 베이스라인, 기본 수준을 높이는 거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면 행복의 베이스라인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글, 사진_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