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누구와 얼마나 자주 밥 먹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고객하고 주로 먹는 사람이 있고, 내부 직원들과 주로 먹는 사람도 있다. 고정된 한두 사람하고만 먹는 사람도 있고 두루두루 시간 배분을 해서 먹는 사람도 있다. 밥은 철저히 가족하고만 먹는 사람도 있고, 거의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매번 같은 사람하고만 끼리끼리 밥을 먹는 사람은 폐쇄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나는 이 사람들 외의 사람들하고는 어울리고 싶지 않아요..”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이런 성향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같이 밥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반증이고 한 번도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그 사람에게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도 밥을 먹지 않으면 그 관계는 사무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이 사라지면 관계도 같이 사라질 수 있다. 반면 일도 같이 하지 않고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지만 밥을 자주 먹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다. 밥을 같이 먹기 위해서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애정이 없이 같이 밥을 먹기는 쉽지 않다. 관계가 소원해지면 밥 먹는 숫자가 줄어들고 관계가 돈독해지면 밥 먹는 숫자가 늘어난다. 가족도 그렇다. 아침식사라도 온 가족이 모여 밥을 같이 먹으면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같이 밥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 가족간의 끈끈함도 사라질 수 있다. 가족의 또 다른 말인 식구(食口)는 그런 면에서 재미있는 단어다. 가족이란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는 것이다. 애들이 아버지보다는 엄마와 가까운 것도 사실은 엄마가 밥을 해주고 같이 밥 먹는 횟수가 아버지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가 집에서 밥을 해주고 엄마가 밖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엄마와 애들은 다투더라도 삐침이 오래 가지 않는 것도 밥이 매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애들의 관계는 엄마에 비해 밀도가 다르다. 그래서 한 번 다투거나 야단을 치면 후유증이 오래 간다. 한 달 이상 애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애들을 야단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급적 엄마로 하여금 싫은 소리를 하게 하고 아버지가 나중에 중재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애! 들과 관 가 소원한 아버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같이 밥 먹는 횟수를 늘릴 것을 권한다.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 주면 베스트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외식이라도 많이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밥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사람과의 친소 관계는 밥 먹는 횟수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렇고 동료와 친구들도 그렇다. 단체로 만나던 사람도 같이 밥을 먹고 나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그 사람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고 부탁을 할 때도 껄끄럽지 않다. 반면 한 번도 밥 먹은 적이 없는 사람과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또 밥은 분위기를 다르게 만든다. 살벌했던 사이도 밥상을 중간에 놓으면 분위기가 누그러진다. 회의도 그렇다. 식사를 전후해서 분위기가 다르다. 식사 전에 하느냐, 식사 후에 하느냐, 식사를 하면서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도 다르고, 결론도 달라진다. 최선은 식사를 하면서 하는 회의다. 밥을 먹으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장해제가 된다. 반면 밥 때가 되었지만 식음을 전폐하고 하는 회의는 부정적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노사협상도 밥을 먹으면서 하면 훨씬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스탭들과 주기적으로 밥을 먹는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먹는다. 밥을 먹으면 온갖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얘기, 사귀는 남자 부모를 만난 얘기, 동료 직원들 사이의 소문, 업무에 관한 얘기, 회원들의 대소사… 그러면서 애정도 생기고 소통도 된다. 특별히 미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부하직원들과 거의 밥을 먹지 않는 상사도 있다. 그런 조직일수록 공식 회의를 통해 모든 일을 하려 한다. 이걸 해라, 저걸 하지 마라, 위기에 빠졌으니 원가를 절감해라, 마케팅에 주력해라… 하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추진력이 약하다. 애정이 없고 끈끈함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존재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식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선다.
리더십은 회식장소에서 발휘된다.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밥 먹는 것을 꺼린다면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반대로 당신의 급작스런 회식 제안에 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면 리더십에 아무 문제가 없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밥을 같이 먹고 밥 먹는 횟수를 늘려라.
출처: 한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