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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보이라

대중문화분석 : 후크송(Hook Song)이 뭔지 아시죠?

by 오우해피데이 2009. 4. 29.

얼마 전 저희 둘째 아들 찬영이(만3세)가 혼자 중얼 거린다. "내가 미텼어, 미텨써".. 잘 못 들었나?
찬영가 방금 뭐라고 그랬어?  -.-;, 그런데 형인 예준이(만5세)가 와서 아빠 찬영이가 "내가 미쳤어" 그랬어요. 와!!!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이런 음악도 들려주나 보다...노바디... 텔미... 유치원에서 들려 준단다.. 아무리 노래도 좋지만 .. 아이들이 뜻도 모르고 중얼 거리는 모습에 놀랐다..

그렇다면 여기서 요즘 떴던 후크송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 보겠다.

손담비의 <미쳤어>, 문지은의 <몰라몰라>,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 전진의 <와(Wa)>,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에프터스쿨의 <Ah> 등 가요시장에 이른바 ‘후크송’이 줄을 잇고 있다.
‘hook(후크)’는 ‘갈고리(에 걸다)’, ‘낚싯바늘’ 등의 뜻하는 단어다. 후크송 열풍은 디지털음악시장의 확대, 음악소비 패턴의 변화, 음반시장의 장기불황 등 여러가지에서 비롯됐다. 음원사이트에서 단시간에 소비자의 귀를 사로잡기위해 강렬한 ‘반복구(후렴)’를 노래도입부에 배치하는 게 유행이다. <텔 미>로 후크송 유행을 선도한 원더걸스의 <노바디>에는 ‘노바디’가 64회 반복된다. 소녀시대의 <지>에서는 ‘지’가 50회, 이효리의 <유-고-걸>에도 같은 단어가 50회 반복된다. 바나나걸의 <미쳐미쳐미쳐>에는 ‘미쳐’가 무려 ‘100회’나 반복되고 있다. 이쯤 되면 가사라기보다는 ‘주문(呪文)’에 가깝다. 후크송들은 주로 전자악기 중심의 ‘일렉트로니카(테크노)’ 스타일의 댄스 리듬에 실려 ‘후크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감각적 멜로디와 단순,자극형 가사가 전자음향에 맞춰 빠른 속도로 반복되면서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반복구는 ‘세뇌’에 가까운 강력한 ‘주술적 반복’을 통해 뇌리에 ‘각인’된다. 최근 국립국어원은 국내 신조어인 이 ‘후크송’에 대해 ‘맴돌이곡’이란 이름을 붙였다.        


현대 대중음악의 중심 장르인 팝, 록, 댄스는 대중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후크’를 음악의 중요 요소로 삼는다. 따라서 ‘후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후크신드롬’은 전통적 대중음악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고 있다. 한국의 후크송은 기성 대중음악의 형식을 해체하는 전혀 새로운, 그리고 지극히 ‘기형적’ 형태를 띤다. 그리고 이 ‘포스트모던형’ 新가요는 ‘초강력’ 중독성을 탑재하고 있다. 정신신경과 전문의들은 “압축된 짧은 가사를 반복시켰을 경우 듣는 이들의 청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잔상이 남게 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일생 경험한 것 중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남는 것’이 음악이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대중음악이 중독성이 강한 문화라는 보편적 인식이 있다.
대중음악이 이렇듯 ‘본래’ 중독성향이 강한 문화라고 할 때, ‘후크송’이 유발할 중독의 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필자도 버스나 길거리에서 ‘강제적으로 주입’된 “노바디, 노바디 밧 유”가 아직도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자동’ 반복재생되고 있다. 후크송 ‘갈고리’에 당한 것이다.

이런 노래들이 우리 청소년에게 끼칠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때로 집요하다고할 만큼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며 귀를 때려대는 저 쉼 없는 “미쳐!” 앞에 배겨날 우리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이런 노래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경우 중독에 따른 정신신경과적 증상이 나타날 소지가 대단히 크다. 이런 ‘미친’ 후크송들이야말로 우리 청소년과 대중의 심령을 황폐화시키는 ‘막장가요’다. 천박한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함몰된 우리 대중문화의 자화상이다.